꽃은 식물의 생식기관으로서 모든 꽃은 꽃받침, 꽃잎, 수술, 암술로 이루어져 있다. 식물의 종자는 수술의 꽃가루와 암술의 배주가 수정한 결과이며, 열매는 꽃받침과 암술 등이 발달한 결과이다.




사람도 일정한 나이가 지나야 자식을 생산할 수 있듯이 식물도 일정한 나이 혹은 발달단계가 지나야 꽃을 피울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경우 태어날 때 이미 생식기관을 달고 태어나며 여아의 경우 평생 생산할 난자의 원형, 제1난원세포를 모두 가진 채 태어나지만 식물의 경우 일정한 발달단계에 도달한 이후에야 생식기관인 꽃을 새롭게(de novo) 만들어 낸다. 또한 식물은 제각기 일정한 계절에 꽃을 피우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로서 벚꽃은 봄에 피며 코스모스는 가을에 꽃피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식물이 발달단계를 모니터링하는 내재적인 메커니즘과 계절과 연관된 환경요인을 인식하는 유전적 메커니즘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꽃을 피우기 위해 식물은 발아 후 생장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준비를 하게 된다. 꽃을 피울 나이가 되었는지, 꽃피기에 적당한 환경인 지를 인식하고, 잎을 생산하던 정단조직에서 꽃이 필 수 있도록 세포와 조직의 유전프로그램을 전환시키며, 마침내 꽃기관들을 발달시켜 후손들을 생산하는 데 에너지를 배분하게 된다. 꽃을 피우는 과정에는 유전자들의 긴밀한 협조와 노력이 필요한데 크게 세 그룹의 유전자가 관여하게 된다. 개화시기를 결정하는 유전자(Flowering Time Genes), 꽃으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유전자(Floral Meristem Identity Genes), 꽃기관을 발달시키는 유전자(Floral Organ Identity Genes)가 그들이다. 개화시기를 결정하는 유전자로 현재까지 80여종 이상이 동정되었으며 이들의 기능을 나타내는 모델이 제안되어 있다.



식물이 계절을 인식하여 꽃피는 시기를 조절한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개화시기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요인에 대한 선구적인 연구는 Maryland 대학의 Garner와 Allard에 의한 광주기 연구일 것이다. Garner와 Allard는 1920년대에 담배를 재배하던 중 장일조건의 온실에서는 꽃을 피우지 못하다가 단일조건의 들판에 내다버린 후에야 꽃을 피우게 된 Maryland Mammoth Tobacco를 발견하게 된다. 그들의 발견에 힘입어 많은 식물들의 개화시기가 광주기에 의해 조절되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고, 식물을 장일식물, 단일식물, 중일식물로 분류하기에 이르렀다. 광주기는 하루중 낮 혹은 밤의 상대적인 길이를 말하는데, 개화시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낮이 아니라 밤의 길이이고 이 과정에 작용하는 식물의 광수용체가 phytochrome이라는 사실이 후의 연구를 통해 밝혀지게 된다. 개화시기에 영향을 미치는 또다른 계절적 요인은 온도이다. 특히 밀, 보리 등의 겨울종의 연구를 통해 유식물 생장중 일정기간의 저온처리, 즉 춘화처리(vernalization)가 개화유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다.

광주기는 식물의 잎이 인식하고 춘화처리는 식물의 줄기정단조직이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개화유도에 의해 어떤 signal이 잎에서 생성되고 정단조직내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 지에 대한 분자메커니즘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특히 광주기에 의해 생성되는 것으로 제안된 호르몬성의 물질, 'florigen'을 생화학적으로 추출하기 위한 지난 70여년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자 개화유도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는 커다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florigen에 대한 개념은 아래 그림 참조).


개화유도 메커니즘의 해명을 위한 생화학적 분석이 실패로 돌아가자 다른 접근방법으로 대두된 것이 완두, 애기장대를 이용한 유전학적 분석이다. 개화유도에 문제가 있는 돌연변이체를 얻고 이들의 유전자 기능을 분석하므로써 개화유도의 분자메커니즘을 해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특히 애기장대의 경우 돌연변이체의 표현형에 근거하여 그 유전자를 클로닝하는 소위 ‘Map-based gene cloning'이 가능함에 따라 지난 20여년간 애기장대를 이용한 개화유도의 유전적 분석이집중적으로 이루어 졌다.
최근 2007년에 개화시기 조절유전자 중의 하나로 클로닝되었던 FT 단백질이 florigen으로 작용한다는 논문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florigen에 대한 오랜 미스테리는 풀린 것으로 보인다. 기대했던 성과를 마침내 얻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