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논란, 과학 제쳐두고 마녀사냥인가
작성자 이일하 작성일 2016-07-28 14:39:29 조회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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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 마녀사냥, 과학적 인식이 필요하다

 

최근 중국에서 대박난 영화 “온고 1942”를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1942년부터 1944년까지 중국 하남성을 휩쓸었던 혹독한 대기근 상황에서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어떤 짓까지도 할 수 있는지, 인간성이 어떻게 피폐해져 가는지를 보여주는 웰메이드 영화였다. 굶주림을 모면하기 위해 자신의 아이들과 부인을 팔아 치우고, 대지주의 고고한 딸은 비스킷 하나를 얻기 위해 하인에게 몸까지도 스스럼없이 내놓는 극한 상황을 맛있게 익은 고구마를 까먹으면서 보고 있었다. 전쟁도 없고 기아도 없는 태평성대에 살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우리 인류가 절대적인 기아에서 해방된 것은 따져보면 아주 최근의 일이다. 1960년대 집중적으로 진행된 녹색혁명 덕에 비로소 우리 인류는 식량 생산량이 필요량을 초과하는 풍요로운 사회를 갖게 된 것이다. 인류사적 중요성을 따지면 산업혁명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가진 혁명이다. 녹색혁명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농법의 개량이나 화학비료의 개발 등도 한 몫을 했지만 무엇보다 작물의 품종 개량에 있었다. 생산성이 높고 병충해 등에 내성을 가진 품종이 개발되면서 수확량이 획기적으로 증대된 것이다. 이때 집중적으로 선발된 형질은 다수확성과 왜소증 형질이다. 이러한 형질은 자연계에 존재하던 야생 작물에서 교배를 통해 표준종에 도입되기도 했고, 아예 표준종을 인위적으로 돌연변이 시켜 왜소증 형질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보리 고개를 넘게 해준 기특한 통일벼도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녹색혁명 과정에서 활용되었던 품종개발 기술을 우리는 육종이라고 한다. 사실 전통적인 육종은 우리 인류가 만여년 전 농업을 시작한 이래 꾸준히 진행되어온 과정이며, 이는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과정과 다르지 않다. 육종이건 진화이건 생물의 형질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유전적인 변화, 즉 DNA 상에 변화가 일어나야하기 때문이다. 육종 과정에서의 유전적 변화가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녹색혁명의 주역들, 왜소증 밀, 벼, 옥수수 등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실은 환대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새로운 농생명기술이 발전하면서 특정 유전자 한 둘만 도입하는 GMO 기술이 개발되었다. 과거 전통 육종에 따르면 필요한 유전자 하나를 얻기 위해 교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되는 많은 유전자의 도입이 불가피했던 품종에는 아무런 거부감이 없던 소비자들이 한 두 개의 유전자를 도입한 GM 작물은 위험할 수 있다고 꺼림칙하게 여기게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과거 어떠한 신품종 보다 더 철저한 안전성 검사, 성분 검사를 GMO 식품 승인 과정에 적용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유럽에서 많은 식물과학의 대가들이 연명으로 서명하면서 GMO 농산물이 안전하다고 주장을 해도, 100여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GMO가 인간이나 동물에 해롭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으므로 GMO 반대 운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청해도 막무가내인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미국학술원에서 최고의 전문가 패널을 구성하여 지난 20여년간 발표된 900여 편의 논문을 꼼꼼히 분석해 GMO가 안전하며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보고서를 발표해도 듣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쯤 되면 이건 종교적 신념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우리들 과학자들에게 식품은 과학이다. GMO 또한 종교적 신념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GMO에는 품종에 유용한 특성을 부여하는 유전자, DNA 한 조각이 들어가 있을 뿐이다. 또한 DNA 조각이 무작위로 유전체에 삽입되면서 혹여 일어나게 될 물질대사 교란을 우려하여 철저한 성분 검사를 통해 안전하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이들은 우리 뱃속으로 들어가면 그저 핵산과 단백질이라는 영양분으로 흡수될 뿐이다. 먹거리로서의 안전성 시비는 우리 과학자에게는 참으로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다.

 

많은 인구학자들이 동의하는 분명한 사실은 2050년엔 세계 인구가 90억명이 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작물 생산량으로는 90억 인구를 절대로 먹여 살릴 수가 없다. 그때가 되면 전 지구가 ‘1942년 중국 하남성’이 될 것이며, 그 폐해는 식량안보를 확보하지 않은 나라에서부터 먼저 시작될 것이다. 식량자급률이 23% 밖에 되지 않는 이 나라에서 난 그 끔찍한 상황을 살아생전에 겪고 싶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은 명확하다. 작물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그 해답이 GM 작물 개발을 통한 생산성 한계 극복에 있다. 지금 당장 모든 사람들이 꺼림칙해서 GMO를 먹지 않겠다고 하더라도 식량안보 차원에서 우리는 GM 작물 개발 연구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전북에서 진행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의 GMO 거부 운동, GMO 관련 연구 중단 압력 등에 대해 심히 유감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부정적 인식이 박혀버리면 꺼림칙해서 기피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이러한 본능은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해로운 음식을 피하도록 획득된 본성이다. GMO에 대한 꺼림칙한 인식, GMO에 대한 마녀사냥식의 거부감을 우리 과학자들은 바로잡을 의무가 있다. 또한 정부도 이러한 국민의 인식을 전환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영화를 보며 맛있게 까먹은 고구마가 실은 천연의 GMO인 것을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2016. 7. 11

조선일보 컬럼 기고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7/26/2016072602723.html

댓글 (1개)
이일하 / 2016-07-28 15:03:03 / 147.47.216.* 삭제
이 글은 식물과학 연구자들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GMO 관련 국가 연구비 지원 중단 압력에 대해 과학자들이 국민 여론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는 절박함때문에 쓴 글이다.   

일련의 상황은 이렇다.  
최근 농진청과 산하 연구기관이 전주로 이전되었다.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 만만한 정부 부처가 지방으로 쫓겨난 것이다. 정부 산하 기관이 지방으로 이전되면 전주 시민들은 이를 환영해줘야할 것 같은데 왠걸 농민들이 연구소에서 재배하고 있는 작물을 보고 이게 도대체 뭐냐 라고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연구소에서 생산된 작물이니 당연히 대부분이 GMO이고, 이를 들은 지방민들이 수도권에 해로우니까 지방에 내려보낸 나쁜 놈들이라는 괴상한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GMO는 나쁜 것이라는 비과학적 맹신을 퍼뜨린 우리 언론에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어쨋든 상황은 님비(NIMBY) 의식의 발로로 전개된다. 이 땅에 GMO를 몰아내야 한다는 우국충정... 애향심이 발동되어 GMO 추방 운동과 시위가 전개되었고 수도권의 환경단체들이 GMO 반대 운동에 대거 동참하게 된다. 하여 마침내 왜 국가에서 GMO 개발을 하느냐 라는 시비가 붙게 되었고, 종국엔 GMO와 관련된 모든 연구를 중단하라는 압력을 행사하기에 이른다. 현재 바이오그린 연구사업단이 서너개 운영이 되고 있고 이를 통해 응용 과학 뿐만 아니라 기초과학 까지 지원되고 있는데 이 모든 연구들이 직격탄을 받게 생겼다. 정부의 고위 공무원들도 GMO가 무해한건가 확신이 없기 때문에 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연구를 지원하지 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이를 그냥 내버려둬서는 안되겠기에 신문에 기고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GMO 작물은 먹어도 안전할 뿐만 아니라 환경에 어떠한 악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1996년 이후 지난 20년간 이용해 왔는데 아직 아무런 문제도 발생한 적이 없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는 것이다. 좀 더 긴 시간이 지나면 잘못될 수도 있지 않느냐 라는 주장은 과학에 있어서의 불가지론에 가깝다. 비과학적인 주장일 뿐이다.  

이일하